일제 말 한국인 키 작아졌다
전시 체제‘식량 부족’영향
한국인의 평균 키가 1900년대부터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중반까지 2㎝ 정도 증가했으나 일제 말부터 6·25전쟁까지 다시 1㎝ 정도 줄었고, 이후 지금까지 비약적인 증가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경제학부 석사과정 최성진(崔成鎭)씨는 최근 석사 논문으로 인준을 받은 ‘한국인의 신장(身長) 변화와 생활 수준의 변동―식민지 시기 키 자료를 중심으로’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 1900년에 165㎝ 정도이던 평균 키는 1925년 167㎝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감소 추세를 보여 1945~1950년에는 166㎝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일제시대 서대문형무소 수형자 카드, 전주초등학교의 생활기록부, 일제의 징병검사 자료, 국가표준원 신체검사 자료 등 다양한 샘플과 길인성(吉仁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의 기존 연구를 분석했다.
최씨는 이와 같은 신장 변화에 대해 “1910년부터 1920년대 중반까지의 신장 증가는 1인당 식료품비 지출과 실질임금의 증가, 일제의 위생통제 정책의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며 “1920년대 중반 이전 조선인의 생활 수준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제 강점기 후기 키가 작아진 것은 1920년대 중반 이후의 실질임금 정체와 1930년대 후반 전시하의 식량 궁핍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씨는 “신장의 추이 분석으로는 일제시대 경제 후생이 악화됐다는 주장이나 식민지 시기 동안 큰 수혜가 있었다는 주장 모두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조선일보 2006-02-18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