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라인 술잔이 과음, 폭음 부추겨
술잔 모양에도 맛과 풍미, 눈요기 등을 고려한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좁고 길쭉한 원통 모양인 플루트형태는 맥주의 향을 한데 모아주고 바로 코로 전달하기에 유리해 향이 좋은 맥주에 적합하며, 맥주 기포를 오래가도록 해 풍미에도 좋다.
튤립형태나 디슬 역시 향이 좋은 맥주에 유리하다.
바이젠이나 필스터처럼 약간 휜 형태로 키가 큰 잔 또한 풍부한 맥주향을 즐기기에 좋고 계속 올라오는 기포나 맥주 빛깔을 볼 수 있어 눈요기에도 그만이다.
볼 형태의 잔인 고블릿은 잔 입구가 비교적 넓기 때문에 미세한 향까지 깊이 느낄 수 있어 상대적으로 향이 약하면서 맛이 진한 맥주에 적합하다. 또한 잔 자체가 손으로 감싸는 구조여서 손의 열로 맥주온도를 높여 향의 발산을 돕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 맥주잔처럼 일자 직선형이 아닌 이러한 곡선형 잔으로 술을 마실수록 음주 속도가 빨라 폭음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 사람들은 왜 얼마나 많이, 빨리 술을 마시는지 알지 못할까?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의 안젤라 애트우드 박사(실험심리학)는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이 또는 빠르게 술을 마시는지를 종종 가늠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연구하던 중 술잔의 모양이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을 위해 동대학의 학생과 교수진 그리고 일반인 160명의 연구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18~40세의 건강한 남녀로 특정 테스트를 통해 알코올 중독자를 제외하고 건전한 음주자들만으로 선별됐다.
# 직선형 맥주잔을 다 비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13분, 곡선형 잔은 8분 소요!
우선 참가자들에게 각기 다른 잔 모양의 354ml와 177ml의 라거맥주와 탄산음료를 각각 마시게 하고, 이들의 감정을 중립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자연 다큐멘터리 비디오를 보여줬다. 그 결과 직선형 잔에 담긴 맥주를 다 비우는데 걸린 시간은 평균 13분이었지만, 곡선형 잔을 다 비우는 데는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라거 177ml나 탄산음료를 마실 때 걸리는 시간은 잔의 모양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곡선형 잔으로 맥주를 마시는 경우, 맥주가 절반 남은 지점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실 때 맥주가 절반쯤 남은 지점을 기준으로 음주 속도를 조절하는데 곡선형 잔의 경우 이러한 기준점이 모호하기 때문에 술을 더 빨리 마시게 된다는 것. 또한 탄산음료의 경우엔 마시는 속도를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잔의 모양과 마시는 속도간에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팀은 가설 입증을 위한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모니터에 나오는 맥주잔에서 맥주가 절반 남은 지점을 가리키게 한 결과 곡선형 맥주잔에서 절반 지점을 잘 못 잡은 경우가 더 많았다.
곡선형 술잔일수록 착시 현상이 발생해 음주량을 중간 지점을 찾기 어렵고 자신이 얼마나 빨리 마시는 지 판단하기가 어려워 음주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게 되고, 이것으로 과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연구진은 과음 예방을 위해 가능한 직선형의 잔을 이용하거나 용량의 절반이 되는 지점을 잔에 표기해 착시 효과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방법을 제시했다.
이 연구결과는 온라인 인터넷판 science에 소개됐다.
출처: 건강을 위한 첫걸음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