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하다 갑자기 세상 떠나는 ‘간성 혼수’
# 간경화로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병동으로 옮긴 친척 어른 문병을 갔다.
대화를 하긴 하는데 비몽사몽이고 말도 어눌하고 해서 물어보니 다른 친척에게 원래 저렇기도 하다고 해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병원문을 나섰는데... 그 날 저녁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놀란 가슴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혼수라 하면 누가 봐도 의식이 소실되어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혼수’ 상태도 반응이 느린 정도에서 자극에 대해 반응이 없는 완전 혼수까지 증상별 단계가 있기 때문에 간경화, 간암 등과 같이 간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경우에는 늘 경계해야 하는 합병증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간성혼수(간성뇌증, hepatic coma)’이다.
◆ 간 기능이 저하되면 왜 혼수상태가 올까?
인체에 흡수된 단백질은 소화과정을 거쳐 암모니아가 되는데, 간기능이 저하되면 간에서 암모니아가 요소로 변환되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기능이 망가지면서 암모니아가 뇌에 독성물질로 작용하고 이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이 ‘간성혼수’이다.
간경화 등 급성, 만성 간질환의 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의식장애로 4단계로 나뉜다.
- 1단계: 불면증, 반응이 느려지고, 약간의 자제력 상실이 있다.
- 2단계: 손떨림증, 날짜와 시간 개념에 혼동이 있다.
- 3단계: 자극에 대해 반응만 유지되는 반혼수 상태다.
- 4단계: 자극에 대해 반응이 없는 완전 혼수 상태로 뇌부종이 심화되면 사망에 이른다.
◆ 간성혼수의 주요 증상은?
1. 안절부절못하고 보챈다.
2. 요의가 없는데도 마렵지도 않은 소변을 자주 보러 간다.
3. 의료진이나 가족 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거나 아예 다른 대답을 하기도 하는데, 대개는 반응이 더딘 경우가 많다.
4. 하품을 자주하며 잠자는 시간이 길어진다.
5. 장기간 간경변증을 앓았거나 문맥 대정맥 단락술을 받은 환자는 깊은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보다는 근 강직이나 성격 이상 혹은 심한 기억 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6. 때로는 운동 실조, 진전(떨림), 강직성 반신마비 등의 중추 신경계를 이루고 있는 추체외로(추체외 계통)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는 수도 있다.
◆ 간질환이 있는 경우 의료진, 가족 등이 ‘이상증세’ 바로 알아차려야
우선 간성혼수를 일으킨 원인이 있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일차 치료이다. 유발 요인을 제거한 다음에는 락툴로스(lactulose)라는 물약을 상태에 따라 하루에 여러 차례 복용하거나 관장하여 대변을 하루에 2회 이상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변비로 대변이 머무는 시간이 증가할수록 암모니아가 축적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간성혼수의 증상이 성격변화에서 잦은 화장실 이용, 긴 수면 시간 등 다양하므로 본인은 물론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간성혼수 예방을 위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소 등을 충분히 섭취하여 변비를 예방해야 한다.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도 중요하다. 또한 과다한 단백질 섭취가 간성혼수의 원인이 되므로 고기, 생선, 달걀, 우유나 유제품, 콩 제품은 과잉 섭취하지 않게 주의한다.
하이닥 공개상담실 소화기내과 김정호 상담의는 “간질환자가 변비가 있으면 암모니아가 축적되어 간성혼수를 유발하기 때문에 간경변 환자 특히 간성혼수를 겪은 적이 있다면 하루에 2~3차례 정도 약간 무르게 변을 보게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간성혼수 예방을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고 채소류, 과일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식습관과 생활습관으로 간성혼수는 상당부분 예방하고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간성혼수는 간기능 저하 및 위장관 출혈, 감염 등에 의해서 유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예방만으로 100%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환자가 이상하다 싶으면 곧바로 의료기관에서 조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건강을 위한 첫걸음 하이닥(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