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 내 화학물질, 아이들 면역력 떨어뜨려”
가정용품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에 과다노출되면 아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덴마크 연구팀은 유년기에 과불화탄소(perfluorinated compounds, 이하 pfcs)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기본 예방접종에 대한 면역반응이 감소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불화탄소(pfcs)는 코팅 처리된 조리도구나 카페트, 소파 패드, 전자레인지용 팝콘에 사용되는 음식 포장재 등 다양한 가정용품에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과거에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이 화학물질은 사람들의 혈류에 잔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pfcs에 자주 노출되면 조기 폐경,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혈액 내 pfcs 수치와 면역반응 장애의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사례”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덴마크 페로 제도(faroe islands)에서 1999년~2001년에 태어난 587명의 아이를 조사했다. 페로 제도는 북대서양의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지방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해산물을 즐겨 섭취한다. 연구팀은 이 해산물이 pfcs에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실시했다.
면역력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유아를 대상으로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백신에 대한 항체수치를 조사했다. (덴마크에서는 3, 5, 12개월에 이 백신을 맞고, 5살에 추가 접종을 한다.) pfcs 5종류에 대한 출생 전 노출 정도는 임신 마지막 달 산모의 혈액 검사를 통해 파악했으며, 출생 후 노출 정도는 5세 때 진행한 혈액 검사를 통해 파악했다. 또 연구팀은 조사 아동이 5세와 7세일 때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백신에 대항하는 혈청 항체 농도를 각각 측정했다.
연구 결과, 아동에게서 측정된 5가지 과불화 화합물은 항체 수치에 악영향을 끼쳤다. 즉, 5세 때 진행한 혈액 검사에서 pfcs 수치가 평균보다 두 배 높았던 아동의 경우 7세에 맞은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기존의 절반 밖에 미치지 못했다. .
연구 저자인 하버드 보건 대학원 환경위생과 필립 그랜드진(philippe grandjean) 부교수는 "pfcs가 면역계를 둔하게 만들어 백신에 대해 활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했다"고 말하며 "연구결과가 전반적 면역체계의 장애와 관련 있는지, 혹은 감염∙알러지∙ 암 등 특정 질병과 관련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빙산의 나머지 부분이 어떠한 지를 알아내는 게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필립 박사는 "자녀들이 pfcs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 부모라면 전자레인지용 팝콘이나 코팅 된 조리기구 등을 멀리하는 것 외에도 카페트나 소파와 같은 홈 패브릭을 깨끗이 청소하는 등 집안 먼지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헬스데이(healthday)가 24일(현지시간)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