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하면 취할수록 이성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말, 정말 사실일까? 술에 취해서 봤을 땐 그토록 아름답던 그녀가 술이 다 깬 후에 보면 왜 그렇게 달라 보일까?

취한 사람의 눈에 추녀도 미녀로 보이게 만드는 현상을 영어로 '비어 고글(beer goggles: 맥주 안경)'이라고 한다. 여기 이와 관련한 흥미 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주로 싱글들이 이용하는 술집을 찾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여성을 보여 주고 외모에 대해 0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취하지 않은 저녁 7시경에 이 여성의 평균 외모 점수는 5점이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술에 더 많이 취할수록 점점 더 후한 점수를 받아 술집이 문을 닫기 직전인 자정 무렵에는 8.5점까지 받았다.

이 실험에서 흥미로운 것은 비어 고글 효과가 남자들에게는 가능할지는 몰라도 여자들에게는 불가능했다는 것. 똑같은 실험을 술집을 방문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나 초저녁에 여성들로부터 5점을 받았던 남자는 시간이 지나 여성들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5점을 받은 것이다. 여자들에게 있어 술은 남자의 매력도를 높이는 데 전혀 기여하지 못한 것이었다.

왜 술을 마시면 이성이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까?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던 과학자들은 혈중알코올농도에 의해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알코올 성분으로 인해 뇌가 약간의 마비 효과를 일으킨다고 보면 쉬울까.

뇌에는 수많은 세포들이 신경전달 물질을 주고받으며 판단, 기억, 운동, 지각 활동을 하는데, 술을 마시게 되면 이 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기게 되며, 쾌락ㆍ흥분ㆍ매력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곳인 선조체가 자극된다. 따라서 술을 마시면 얼굴 매력을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기억력이 떨어지고, 목소리가 커지며, 용감해지고, 운동 신경이 둔감해지는 것이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2%이면 판단 능력이 저하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08%이면 운동능력과 반사신경에 무리가 오게 된다. 0.1%를 초과하면 운전면허가 취소되며, 0.16%가 되면 걷는 것이 어렵고, 0.4%가 되면 의식을 잃고,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알코올이 만든 이런 착각 현상으로 인해 분명 예뻐 보여서 잘해 보려고 했는데 술이 깨고 나서 후회막심이었던 경험이 있었다면, 이제는 음주량을 스스로 적당히 조절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도서 = 의학상식 오류사전,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